찾아가는 대화모임 : 찾아가는 공무원이야기

설재균
2018-05-07

<대화모임 정보>


대화 주제 : 공무원의 이야기


대장 이름 : 설재균


참여 인원 : 2


대화 날짜 : 5월 4일 (금)


대화 장소 : 카페


대화 형식(진행 방식) : 인터뷰


<대화모임 사진>

* 대화 모임 사진을 2장 이상 올려주세요.(참여자가 잘 나오게!, 모자이크를 원하시는 분들은 자체 모자이크하여 올려주세요!)


<대화 내용 기록>

* 의미 있다고 느낀 대화내용, 공유하고 싶은 내용

* 형식에 상관 없이 자유롭게 작성해주세요.


- 공무원 준비 이유

- 대학생이 될 때까지 ‘내 길’,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이런 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벌써 자신의 길을 찾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해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민만 한 채 ‘한 발’도 내딛지 않은 내가 후회스러웠고, 마치 절벽에 서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한창 이런 고민을 할 때, 누군가가 나에게 나중에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금전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직업이 공무원이니 해보라고 권유를 했었다.

이에 대해 특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방학 때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당시 콜센터에서 스마트폰 판매영업을 했는데 근무했던 통신사 하청업체가 내 알바비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고 인천지방고용노동청에서 만난 공무원은 그간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완전 딴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공무원이 불친절하고 딱딱하며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만난 고용노동청 담당자께서는 너무나 친절했고,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면서 좋은 이야기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그 방학이 지나고 한 학기를 마친 뒤 휴학계를 내고 곧장 노량진으로 들어가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그 사건이 나에겐 ‘한 발’을 내딛게 한 ‘터닝포인트’였다.

- 공무원이 되기 전과 후의 생각

- 공무원이 되면서 느낀 점은 시험 공부를 하면서 배운 지식들이 ‘민원현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법률용어나 개념, 흐름 등만 머릿속에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은 주민센터였다. 주민센터에서는 행정학과 관련된 용어들이나 법률개념을 아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주민등록법’같은 개별법들의 세부사항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고 그걸 수시로 오는 민원인에게 설명해야 했다. 확신이 없거나 내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을 민원인에게 아무렇게나 알려줄 수는 없었다.

수험생활에서 얻은 지식이 공무원으로 현장에서 마주하는 업무와 큰 괴리가 있었다.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누군가가 얘기해줬었다면, 혹은 실무적인 부분을 미리 접해볼 수 있었다면 근무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공무원이 되면서 그간 생각했던 공무원들의 이미지와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꼈던 건, ‘공무원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흔히들 주민센터에서 등초본을 떼주는 사람만 떠올린다. 하지만 선거 때 벽보를 누가 붙이는지, 선거공보물들을 봉투에 넣고 발송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부분은 선관위 공무원들이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선거와 관련한 실무사항의 대부분은 지자체 공무원이 하고 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고, 당연하다고 본다.

- 민원응대 업무를 하다보면 민원들이 폭력적이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선에서 민원응대를 하면서 실제로 적지 않은 수의 민원인이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내 경우는 내가 웃지 않는다고 해서 민원인이 ‘넌 왜 웃지 않냐?, 그래서 민원인이 좋아하겠냐?’ 이런 식으로 얘기 했다. 그리고 민원인이 찾아와서 공무원의 따귀를 때린 사례가 있었다. 해당 공무원은 따귀를 맞은 피해자인데, 민원인이 담당자가 불친절하다고 민원을 제기해 감사실에서 사실조사까지 하기도 했다. 특히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더욱 심하다. 그래서 복지직 공무원들은 스트레스 검사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민원인들이 공무원들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해도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 지자체장에 따라 여러 가지 역점 추진사업들이 있다. 이 중에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들이 있는 반면에 보여주기식 사업도 있다. 그 중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자체장의 거취에 따라 사업에 대한 모든 리스크를 공무원들이 떠안아야하는 일이 생긴다. 시쳇말로 우리는 ‘늘공’이다.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우리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전임 지자체장이 하던 사업을 신임 지자체장이 방향을 바꿀 경우 그 세부사항을 조율해야하는 것도 모두 공무원의 몫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공무원 입장에서는 보여주기 위한 사업들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공무원의 한 사람이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다. 보여주기식 사업에 소요된 모든 예산도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공무원에 대한 생각과 변화

- 공무원이 되면 시책이나 정책제안을 제출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처음에는 열의를 갖고 의욕적으로 제안서를 낸다. 공무원 개인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책들을 많이 고민하지만 자신이 제출한 시책이 채택되지 않으면서 체념하는 경우들이 있다. 같은 시책이라 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시나 구의 정책으로 채택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같은 시책을 반복해서 제출하는 경우들이 있다.

내 경우만 두고 이야기를 하자면 난 아직도 매번 다른 시책을 제안하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의욕적으로 시책을 고민하고 제안을 하지만 대전시의 시책은 서울시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내가 낸 아이디어를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이미 서울시에서는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점에서 대전이 서울시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변화에 대해 느리게 반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물론 공무원들은 정해진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라 정해진 규정을 넘어서서 일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모두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안이 있어도 이를 수정하는 법령개정이나 상급기관의 정확한 지침 또는 지시가 없다면 이를 임의로 집행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가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은 큰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해 규정이 신속하게 변경됐을 경우다. 관료제 조직의 특성이겠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직의 반응이 느리다는 건 공직사회 전체에 대해 대다수가 동의하는 부분이지 않나 싶다.

변화에 대해서 반응이 늦는 이유가 관료제 조직이 가진 특성 때문만은 아닐거다. 공직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자기개발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내 주변에서 사기업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한다.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해 영어나 중국어 같은 외국어도 꾸준히 공부하는 등. 그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다른 애들에 비해서 뒤처지고 있구나.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났을 때 더 뒤처져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직에서 젊은 편인 나도 비슷한 또래에서 정체된다고 느끼는데 조직 전체로 보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물론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자기개발을 독려하고 있어 많은 직원들이 업무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즐기면서 하는 것과 치열하게 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거다. 즐기면 오래 할 수는 있지만 치열하지 않아서 쉽게 그만두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그렇다.

- 민관 거버넌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행정학에서는 신뢰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한다. 민관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간의 신뢰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서로 잘하는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조별과제를 하다보면 발표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보고서를 잘쓰는 사람이 있고, PPT를 잘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서로 각자가 잘하는 것을 택해 조별과제를 수행한다. 서로가 잘하는 것을 맡아서 한다고 해도 서로를 믿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그 과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민관 거버넌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민간에서 잘하는 영역이 있고 공공부문이 잘하는 업무가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민간이 잘하는 업무영역을 믿고 존중해주고, 민간부문에서도 공공부문에서 잘하는 영역을 믿고 따라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민관 거버넌스의 목적 아닌가. 서로를 믿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협력은 어려울 것 같다.